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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와 정체성 혼란의 인지심리학
    디지털 미니멀리즘 2025. 12. 12. 10:00

    현대인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SNS에서 보낸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일상을 관찰하며, 피드 속 삶과 현실의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정체성의 기준은 외부로 향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점점 불확실해진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 자아 정체감의 분열, 거울자아 이론 등으로 설명해 왔다. 특히 SNS는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극대화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개인은 현실의 자신보다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보이는가에 집착하게 된다. 이 글은 SNS 사용이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 자아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리학적 이론과 뇌과학적 관점으로 풀어낸다. SNS는 자아 표현의 수단이지만, 동시에 자아를 흔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SNS와 정체성 혼란의 인지심리학

     

     

    SNS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도구로 작동한다. 텍스트, 이미지, 해시태그, 위치, 좋아요, 팔로워 수… 이 모든 것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요소로 작동하며, 사용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온라인 공간에 끊임없이 송신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표현은 일방적이지 않다. 표현은 동시에 피드백을 동반하고, 그 피드백은 또 다른 자기 이미지를 형성하게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여행 사진을 업로드하고 많은 ‘좋아요’를 받는다면, 그 사람은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자아 이미지를 강화하게 된다. 반대로 일상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을 때 반응이 없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이 온다면, 그 사람은 그 감정을 억제하거나 온라인 정체성에서 제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사람은 점차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자아를 유지하기보다는 타인이 반응하는 자아에 맞춰 자신을 구성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SNS가 정체성 혼란을 유발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거울자아(Mirroring Self) 이론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고, 그 반응을 자기 개념(self-concept)에 통합한다. 문제는 SNS의 반응은 필터링된 방식으로 제공되며, 현실보다 훨씬 과장되거나 왜곡된 형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좋아요’는 실질적인 감정의 지지가 아닐 수 있고, 댓글의 톤은 문맥 없이 해석되며, 팔로워 수는 인간관계의 깊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뇌는 이러한 디지털 신호들을 사회적 피드백으로 인식하고, 자아의 평가 기준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사람은 현실의 자아보다 SNS 속 자아에 더 큰 심리적 에너지를 쓰게 된다. 또한 SNS는 비교를 부추기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개인은 자신의 평범한 하루를 타인의 성취, 여행, 외모, 커리어와 비교하며 ‘나는 저 사람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은 자신에 대한 확신을 약화시키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가’보다는 ‘저 사람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로 사고방식이 이동하게 만든다. 이것은 자기 결정성(Self-determination)의 약화로 이어진다. 자기 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충족될 때 심리적으로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데, SNS는 오히려 이 세 가지 요소를 위협할 수 있다.

     

    신경과학적으로도 이와 같은 정체성 혼란은 설명이 가능하다. 자기 인식과 자아 관련 처리를 담당하는 전내측 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은 타인의 평가, 사회적 피드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다. SNS 사용량이 많을수록 이 부위가 과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자기 인식의 왜곡이나 과도한 외부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정체성은 내면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의 자극에 의해 조절되는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기와 청년기는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는 핵심 시기다. 이 시기에 SNS 사용이 과도하면, 자신을 탐색하고 받아들이는 경험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꾸미는 경험이 우선시 된다. 이는 결국 자기 수용 능력을 떨어뜨리고, 자존감 기반이 타인의 반응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드는 정체성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SNS는 하나의 정체성을 고정적으로 유지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사람은 다양한 역할과 정체성을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절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SNS에서는 타인의 인식과 반응이 축적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전의 나’가 형성해 놓은 이미지를 쉽게 바꾸지 못하고 ‘일관된 캐릭터’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러한 반복은 심리학적으로 정체성 경직(identity rigidity)을 유발하며, 변화나 성장의 기회를 제한하는 요소가 된다.

     

    SNS는 현대인이 정체성을 표현하고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아를 외부의 시선에 고정시키고 왜곡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개인은 스스로를 표현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반응을 분석하고 거기에 적응하며 자아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될수록 정체성은 내면의 중심에서 외부의 피드백으로 이동하게 되며, 자기 수용, 자율성, 자아 일관성은 점차 약화된다. SNS 속 자아는 현실의 ‘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로서의 나’에 가깝다. 따라서 정체성의 중심을 다시 내면으로 되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단순히 SNS 사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반응보다 자기 감각에 민감해지는 연습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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